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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개발자의 미국 아마존 정착기
시간이 흘러 미국에 왔다. 처음 미국에 온 것이기 때문에 매우 긴장 됬다. 아예 미국에 나와본 적이 없어서 더더욱 긴장이 많이 됬다. 어떻게 어떻게 임시 숙소를 찾아갔고 드디어 긴장되는 첫 출근 날이 다가왔다.
미국 회사에 가서 회사 소개를 듣고 하는데 이런... 말이 하나도 안들린다. 영어로 면접을 보고 통과를 했지만 영어 면접이야 IT관련 기술적인 얘기, 회사 생활에 관한 얘기를 주로 하니까 그래도 단어가 한정되어 있는데 회사 소개는 회사의 역사 문화 특징 등등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정말 하나도 안들렸다.
회사 소개가 끝나고 메니저를 만났는데 다행이 일대일로 대화하는 것은 훨씬 수월했다. 그래도 버벅거리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쨌든 몇 일 회사 소개 등을 받고 현업에 배치 되었다. 정말 문제는 영어였다. 나름 IT 업계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개발은 할 수 있었지만 정말 미국 사람들이랑 원활하게 대화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회의하고 하는 일이 잘 될 리가 없었다.
어떻게 나에게 할당된 일은 알아듣고 열심히 코딩하고 결과를 내고 하지만 말의 어려움이 정말 문제였다. 처음에는 걱정이 너무 많이 되서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다. 일대일로 대화하는 것은 어느정도 금방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회의였다. 회의하면서 하는 얘기들은 빨리 얘기해서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고 내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 겠다 생각해서 열심히 코딩을 했고 다행히 결과를 어느정도는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달 시간이 지나고 평가 시즌이 되어 동료 및 메니저에게 다면 평가를 받았다. 메니저가 얘기해 주는데 일은 어느정도 했는데 영어가 문제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일대일 대화는 괜찮은데 회의할 때는 좀 같이 얘기하는게 어렵다는 피드백이 왔다고 했다. 정말 미국 사람들은 느낀 그대로 평가하는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6개월 정도가 지나니 회의할 때도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고 한국에서 만큼 원활하게는 아니지만 좀 생각을 하고 발언도 할 수 있게되는 것 같다.
미국에 있으면 어느정도는 일상 생활에서 짧은 영어로 부딛히면서 자동으로 늘기는 하지만 결코 유창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에 왔다고 해도 따로 영어 회화연습을 열심히 해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미국에서 오래 일할 생각이 있다면 영어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미국 회사는 근태가 한국에 비해 매우 자유롭다. 하지만 아무도 회사 일정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사정이 있으면 미리 얘기하고 늦게오고 일찍 가고 재택근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해도 모든 개발자들이 빠르고 철저하게 자기 일을 완수한다. 개인의 성과를 가지고 철저하게 평가를 하지만 결과를 잘 낼 수 있으면 근무 시간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야근도 안하면서 미국애들은 어떻게 생산성이 좋을 수 있는지 의문이 많았었는데 이 곳에 오고 나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미국 회사에서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쓸데없는 회의, 보고 등이 거의 없다. 일정관리 및 보고는 주로 직속 메니저에게만 하고 메니저가 회사 전체적인 일정 조율이나 임원 보고 등을 도맡아 한다. 개발자는 주로 개발에 집중한다. 그래서 야근을 안해도 한국에 있을 때 보다 훨씬 개발을 많이 하는 느낌이다. 거의 온전히 하루를 개발에 쓸 수 있는 날이 많다. 회의도 물론 있지만 정말 필요하고 유익한 회의들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성과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문화는 많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무조건 한국보다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단 집값이 너무 비싸다. 알다시피 전세는 한국의 고유한 제도이고 미국은 모두 월세인데, 도시에서 생활하게 되면 월세가 정말 엄청나게 높다. 세금도 많다. 그래서 미국 연봉이 높지만 집 값 때고 세금 때면 정말 엄청나게 받는 금액이 줄어든다. 도시에서 생활하면 물가도 만만하지 않다. 마트에서 쓰는 돈은 한국 보다 좀 적은 것 같다. 하지만 식당은 한국보다 비싸다. 거기다가 팁까지 줘야하기 때문에 외식은 한국에 비해 자주하기 부담된다.
그리고 역시 미국이기 때문에 가족들도 영어가 문제이다. 말을 잘 못하면 위축되고 집에만 있고 그러면 힘들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을 못해도 계속 부딛히고 집에서도 연습하고 노력해서 잘 지낼 수도 있다. 정말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국 생활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회사가 야근을 안하고 가족들과 저녁 및 주말을 온전히 보낼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한국에서 만나던 많은 친구들 가족 친지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영어를 열심히 연습해야 하는 것은 힘든 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미국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한국 회사에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잦은 야근, 쓸데없는 보고 및 회의 문화, 나이 먹으면 개발 못하고 관리자가 되어야 하는 문화, 지나치게 나이 따지는 문화 등.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한국회사 다니면서 힘들었던건 다 이런 문화 분위기 이런 것들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국 회사들이 조금만 더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개발자들을 대우하면 금방 미국회사 못지않게 될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회사의 높은 연봉도 높은 세금, 집값 때문에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매우 높은 것이 아니다. 한국 회사도 정말 성과 위주로 사람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성과만 나오면 근무 시간은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문화가 정착이 된다면 개발자들이 굳이 미국까지 오지 않아도 한국에서 얼마든지 즐겁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 미국에 계속 있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회사들이 좀 더 합리적인 문화로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몇 가지 변화만 이루어져도 한국은 전혀 미국에 떨어지지 않는 곳이고 오히려 장점도 많이 있다. 이미 경제 수준은 선진국 문턱에 와있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일하고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문화 및 시스템적인 측면만 변화되면 한국에서의 생활은 선진국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한국에 선진적인 기업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그래서 개발자도 살고 회사도 발전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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